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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이야기(3) - 소설(0)

검류제 2006.04.28 02:27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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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이야기(3)


슬픈 잿빛의 하늘.. 예전에 이런 하늘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마냥 즐거웠던 또 하나의 나..

하지만 이제 희미하게나마도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


‘네 정녕 원하는 게 그것이라면...네 뜻대로 난 또 다른 내가 되어 이중적인 생활을 즐거이 하리라..

하지만 마침내..내게도 하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넌 지금의 나보다 더 큰 절망에 빠질 것이니..‘



내 시작이 어디였는가는 분명치 않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그리고 여동생은 나물을 캐러 아침이면 나와 산을 올랐다..

나무의 잔가지들을 베어 땔감을 얻고..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고... 일손이 바쁠때 농사를 돕기도 하며 우리가족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삶을 살았다.

우리가족이 살던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고작 10여 세대가 산중턱에 터를 잡아 밭농사를 생계의 수단으로 삼아 근근이 살아가는..큰 마을이나 성에서와는 달리 돈을 불리거나 복잡한 규칙을 공부하고 실천하거나 학문에 뜻을 두는 이 없이 서로서로가 가족이고 어떤 일이든 남의일이라 방관하지 않을 그런 작은 곳..

내가 13살 무렵 가장 좋아한 것은 마을형 ‘길도’ 동생 ‘준하’와 함께하는 사냥이었다..
어른들처럼 멧돼지나 사슴을 사냥하기는 무리가 있어 토끼나 참새가 주로 노리는 사냥감이었지만 운 좋게 새끼노루라도 발견할라치면 날 저무는 것도 모르고 노루를 쫒아 뛰고 또 뛰곤 했다..

어른들끼리는 가끔 마을 밖의 이야기를 하셨다..

이번에 누가 성에 다녀왔는데 나라가 큰 위험에 빠졌다고 하더라.. 세금을 올려 받는 다더라.. 전쟁에 젊은이들이 대거 빠져나가 여자와 아이들이 대부분 남았다는....우리 마을과는 전혀 상관없게만 들리는 이야기들..

우리나라의 왕은 정말 용맹한 장수였으며 그 이름은 ‘파천’이라고 했다..
그가 20년 동안 나라를 통치하며 보다 광대한 세력의 다른 오랑캐들이 우리나라를 쳐들어 오지 않았던건.. 다 파천대장군 덕택이라고들 했고..오랑캐들에게 그 분은 파황(the emperor of destruction)이라고까지 불린다고 했다.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온화하지만 적군에게는 그 이름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 분의 나이도 이제 70을 넘긴지 오래다...

내가 마을에서 좋아한 유일한 여자는 ‘연‘ 이었다..
나보다 세 살 어렸던 연은 어렸을 때부터 날 친오빠인양 따랐다.

그리고 그렇듯 결코 특별할 일 없는 가끔은 무료하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흘러 난 열 일곱 살이 되었고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의 추위가 물러가고 다시금의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올 무렵..

난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었다..


그때부터의 나의 기억은 단편적인 파편들뿐..

그해 겨울 큰 전쟁이 일어났고 파천대장군이 그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고..
마침내 수도인 성과 한참 떨어진 우리 마을까지 오랑캐들에게 쑥대밭이 되었으며..

나의 ‘연’은 무참히 짓밟힌 후 적의 단칼에 목이 잘리웠다..

“왜 델구 다니면서 재미 좀 더 보지 왜 죽여 임마 !!”

“너 수장한테 죽을려구 그딴 소리하냐 ! 저번에두 계집년 때문에 죽을 뻔 해놓고 정신 못 차리네 !”

눈이 반쯤만 감긴 채... 잘려진 연의 머리에서는 아직도 간간이 피가 새어나왔다..

난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나무에 묶여져 멀어져가는 정신이나마 연의 최후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죽었던 것 같다.. 내 첫 번째의 삶에서....

죽는 순간 간절히 무엇인가를 원했던 것이었을까 난 ?

...................................


다시 눈을 떳을 때 난 이곳에 있었다.. 벌거벗은 채로..

아마도 마을사람들이 말한 도심지의 큰 마을안인 듯..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고..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내게..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카발은외로워 : 파황의혼님 포작 어떻게해용 ?”

파황의혼 : 전 파황의혼이 아닌데요..? 그리고 여기에 어떻게 온 지 모르겠습니다.. 전 죽었을텐데..

카발은외로워 : 님 바보? 죽으면 여기로 와여!^^*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파황의혼 : 여기가 어딘데요 ?

카발은외로워 : 블러디아이스마을이죠.. 꼴을 보아하니 니퍼러그들에게 다굴이라도 당하신 듯 히히^0^*

‘블러디아이스..? 생전 첨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군.. 그리고 여기는 아직 침략을 받지 않았다는 건가 ? ’

이상하다.. 이곳.. 그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들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입고 있는 옷들도 맞춤복인지 대부분 비슷하고.. 간간이 다른 사람도 보이지만..대부분이 비슷한 얼굴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마을에 있을 때는 성 사람들도 나랑 별 다르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다르다곤해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만일 여기가 성이 아니라면 난 지금 도대체 어디에 와 있는 것이고...도대체 ‘파황의혼’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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